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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? 민족의 큰명절 설을 맞아 세배드립니다. 복많이 받으십시오! 아울러 설맞이 콩트 선물을 올리오니 즐감해주시기 바랍니다. 감사합니다. 이은집 배상 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 <설맞이 콩트선물> <웰빙 떡국떡>과 <방앗간 가래떡> 이은집 작 “여보! 나 오늘 산에 가니까 아파트 관리소에 가서 <웰빙 떡국떡> 좀 사오슈!” 매주 목요일이면 벌써 수십년째 산에를 가는 마누라가 평소보다 이른 아침밥을 먹으면서 건네오 는 말이었다. “뭐요? 웰빙 떡국떡이라니...?” 내가 얼른 알아듣지를 못하고 이렇게 묻자 마누라가 또 지청구 하듯이 대꾸한다. “어유! 늙으면 말귀도 못 알아듣나? 아파트 부녀회에서 이번 설을 맞아 유기농 쌀로 흰떡을 만들 어 파는데 그게 요즘 유행인 <웰빙 떡국떡>이래요. 그렁께 한 3kg만 사오란 말유! 근디 오전 아홉 시부터 판다니께 늦게 가면 다 팔려 없을꺼유! 알았쥬?” 암튼 서울살이 40여년이 넘었는데도 고향 사투리가 묻어나는 마누라의 당조짐은 마치 어린애에게 채근하듯이 퉁명스럽다. “알았우! 걱정말구 산에나 얼릉 가요.” 그리하여 마누라의 부탁대로 아홉시가 되자마자 아파트 관리소로 갔더니 아닌게 아니라 벌써 나처 럼 영감들과 마님들이 줄을 서서 <웰빙 떡국떡>을 사가는데 금방 매진이 되는 것이었다. 그런데 < 웰빙 떡국떡>이라고 해서 뭐가 다른가 했더니, 그냥 흰떡을 썰어 비닐봉지에 담았고 보너스로 썰 지 않은 가래떡을 다섯 개 추가로 주는 것이었다. ‘참 편리한 세상이군! 옛날 내 고향 청양에서 살던 어린 시절엔 설 때 가래떡을 해서 떡국을 끓여 먹자면 얼마나 힘들었는데...!’ 집에 돌아와 <윌벵 떡국떡>과 썰지 않은 가래떡을 부엌 탁자에 내려놓고 나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 에 고향에서의 설추억에 빠져들었다. “얘! 인집아! 얼른 일어나! 방앗간에 늦게 가면 오늘 해 전에 가래떡 못 뽑어와!” 어머니께선 섣달 그믐날 새벽부터 둘째 형님을 다그쳐 물에 불린 떡쌀을 짊어져 방앗간으로 보냈 고, 그러면 점심 때쯤에야 겨우 커다란 대소쿠리에 허연 가래떡을 그득히 짊어지고 돌아왔다. 그리 고 가래떡이 꼬들하게 굳은 밤에야 어른들이 둘러앉아 흰떡을 써는데, 옆에서 침을 꼴깍이며 바라 보는 나와 동생들에게 나눠주는 가래떡을 화롯불에 구워 먹는 맛이란 어쩌면 그리도 쫄깃하고 고 소하던지...! “얘들아! 그만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 세배를 다니지!” 아닌게 아니라 그 시절 어렸을 땐 웬 잠이 그리도 많았던지 설날이면 10남매나 되는 우리집에선 잠 깨우는 소리로 동네가 시끄러울 지경이었다. 하지만 나는 좀 일찍 일어나 더운 물로 세수를 하고 서 설빔을 차려 입었는데, 꼭두서니로 물들인 분홍 저고리에 검정 바지와 조끼였지만 부잣집 아이 는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는 게 그토록 부러울 수가 없었다. “얘들아! 어이들 차례를 지내야 세배를 다니지!” 평소 성미가 급하신 아버지의 채근에 따라 우리집은 남보다 먼저 설차례를 지냈다. 그래서 다른 일 가친척들보다 먼저 집에서 떡국을 먹었는데 눈치 빠른 형제들은 먹는 척만 하고 숫갈을 놓았다. 왜 냐하면 우리집은 떡국에 돼지고기가 들어가지만 다른 이웃들은 소고기나 닭고기에 계란말이 고명 까지 듬뿍 들어가는 집들도 있기 때문이었다. “가만 있거라! 니가 공부 잘 하는 은집이지? 근디 공부두 좋지먼 사내는 키가 커야 쓴다. 올해엔 키 좀 크거라!” 근데 큰댁에 세배를 갔더니 긴 담뱃대를 문 큰할아버지가 나에게 이런 덕담을 하셔서 나는 어찌나 부끄럽고 속이 상했던지 지금도 그 추억이 생생히 떠오르는 것이다. 하지만 내고향 청양에서 설날 에 세배를 다니면서 얻어먹던 떡국의 맛은 집집마다 달랐지만 바로 지금의 <웰빙 떡국떡>과는 비 교가 안되게 맛있었던 것이 <방앗간 가래떡>이었다고나 할까?*